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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넓은 창으로 햇빛이 서서히 들어오고 새들의 지저귐에 잠을 깬다.
얼마 만에 평화롭게 잠을 깨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숙소 앞마당을 나가본다.
널찍한 주차장겸 마당에 앵무새와 다른 새들 몇 마리가 새장에 있다.
근처를 지나가면 앵무새가 "싸와디카" 하며 내게 인사를 건네고
곧이어 "Welcome" 하고 반갑게 맞아 준다.
그 외에도 몇 가지 태국어를 구사하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없다.
신기하고 재미있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를 가르쳐 봤지만 아쉽게도 반응이 없다.
동물 중에 유독 포유류만 편애하는 나는, 곧바로 고양이에게 눈을 돌린다.
흰색 털의 오드아이를 가진 고양이와, 멋진 무늬의 벵갈 고양이 두 마리다.
사람 좋아하는 두 고양이들과 장난을 치며
오늘은 어떤 풍경이 나를 기다릴까 하는 기대에 부풀었다.
오토바이 렌트를 하고
숙소에서 30Km 떨이진 Tha Pom Klong Som Nam이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길게 뻗은 도로 양 옆으로 야자수가 길게 늘어서 있고,
저 멀리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는 모습.
베트남 퐁냐에서 봤던 모습과 흡사했다.
거리는 한산해서 차들도 별로 없고 관광객은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면서
내가 바라던 풍경은 이런 한적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Tha Pom Klong Som Nam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맹그로브 숲 사이로 이어진 다리를 따라 걷게 된다.
입구 초입에는 물이 맑지 않다가 중간쯤 가면
투명하게 맑은 물아래에 여러 물고기들이 떼 지어 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잠시 시원한 물에 발을 적셔 본다.
척박한 물속에 강인한 뿌리를 내리며,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하는 맹그로브.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 7월 26일이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이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앞다투어 맹그로브 숲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만큼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우리가 이기심을 조금만 덜어내고 조금만 불편한 삶의 방식을 택할 수 있다면
자연은 더 많은 것을 베풀어 줄 것이다.
Tha Pom Klong Som Nam을 나와서
오토바이를 타고 무작정 달리다 보니 작은 마을이 나왔다.
주변의 강을 삶을 터전으로 삼아 사는 사람들이다.
외지인은 오랜만에 보는지 아이들이 헬로 하며 환한 얼굴로 뛰어와서 맞아준다.
그 넉넉한 미소에 절로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럴 때 사탕이라도 있으면 아이들을 나눠주는 건데 참 아쉬웠다.
한 명 한 명 악수를 건네고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건넨다.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 뭉클해졌다.
숙소로 가는 길에 아오낭 비치를 들렸다.
파도가 세차게 쳐서 한가롭게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바닷물이 빠지면 좋다고 하는데 오늘은 날이 아니었나 보다.
잔뜩 흐린 하늘에 석양을 기대할 수도 없어서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 눈을 뜰 때부터 저녁 해가 질 때까지
오늘 끄라비의 모든 장면들이 참 좋았다.
특히 아이들의 미소가 계속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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