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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해서 해변에도 나가지 않고 숙소에 머물렀다.
오후 세 시가 넘어서야 메뚜기는 나에게 한시적 연장이라는 애매한 답변을 통보했다.
최소한 1년까지는 있어보고 그 이후 연장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내가 꼭 함께 가자고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힘들면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하는데도 선심쓰듯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별로다.
차라리 어느 것 하나를 선택했으면 기분이 덜 나빴을 것이다. 나는 그럼 두 달간 또 무거운 마음으로 여행해야 하나?
그런 어정쩡한 태도가 제일 싫다.
여행도 대충하다 힘들면 돌아가야지 하는
나는 결정을 빨리하고 한가지에 올인하는 편이다. 물론 그에 대한 후회도 있는 편이다.
반면 메뚜기는 언제나 물과 뭍 사이에 다리 하나씩을 걸쳐놓고 있다.
하나만 잘 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어정쩡한 태도로 뭘 할 수 있을까
마냥 감상에 빠질 수는 없다.
고민을 미루면서 계속 방치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머리가 아픈 밤이다.